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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시한의사회 진용인 회장 |
| ⓒ 경북중부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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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성인은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린다(聖人不治已病 治未病)’는 말이 있다. 이는 질병이 발생한 뒤에 대처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미리 살피고 바로잡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의술임을 의미한다. 오늘날 보건의료 현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불법개설기관’, 즉 사무장병원 문제를 마주하며 필자는 이 ‘치미병(治未病)’의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우리 보건 체계의 근본적인 독소인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기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이야말로 보건 질서의 정명(正名)을 바로잡는 시급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이 ‘상도(常道)’를 벗어나 오직 영리만을 목적으로 의료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불법 기관이다. 이들은 환자를 치유의 대상이 아닌 수익 창출의 도구로 본다. 실제로 최근 적발된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한방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한 뒤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들을 허위로 입원시켜 수십억 원의 보험료를 가로채거나, 전문적인 한의학적 진단 없이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진료를 조직적으로 강요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의술은 곧 인술(醫術卽仁術)’이라는 보건의료의 대원칙을 무너뜨리고, 묵묵히 지역사회에서 의술을 펼치는 대다수 선량한 한의사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는 ‘개탄(慨歎)’할 현실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경제적 피해와 그로 인한 공적 신뢰의 붕괴다. 지난 10여 년간 사무장병원 등이 편취한 건강보험료는 무려 2조 9천억 원에 이르지만, 실제 환수율은 8%대에 불과하다. 이는 이른바 ‘교토삼굴(狡兔三窟)’의 형국과 같다. 지능화된 수법으로 수사 기간 중 재산을 은닉하고 폐업해 버리는 불법 행위자들의 행태를 지금의 수사 체계로는 신속하게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직하게 납부한 보험료가 범죄 수익으로 흐르는 사이,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난치병 환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보장성은 약화 될 수밖에 없다.
일부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공단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감시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제도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특사경의 수사 대상은 법으로 정해진 ‘불법개설기관’에 엄격히 한정된다. 오히려 전문적인 분석 역량을 갖춘 공단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한다면, 일반 경찰 수사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선량한 의료인의 피해를 방지하고 오직 불법 기관만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핀셋 수사’가 가능해진다.
의료는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는 것은 한의계를 포함한 보건의료계 전반의 자정 노력이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건보 특사경 도입은 단순히 재정을 지키는 수단을 넘어, 정직한 의료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거악(巨惡)’을 제거하여 보건의 본질을 세우고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단호한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