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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기고

담배소송 항소심 판결, 국민 건강권과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 이정표가 되길

임주석 기자 입력 2026.01.09 15:49 수정 2026.01.09 03:49

국민건강보험공단 구미지사 신미옥 보험급여부장

ⓒ 경북중부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오는 1월 15일 내려진다. 2014년 소송이 시작된 이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이 법정 공방은 단순히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 정의를 바로 세우고, 거대 기업의 ‘수익’보다 국민의 ‘생명’이 우선임을 확인하는 엄중한 과정이다.

침묵하는 가해자, 고통받는 국민과 건강보험 재정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폐해는 이제 개인의 기호 문제를 넘어 국가적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직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7만 명을 넘어섰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무려 13조 6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공단과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년간 직·간접 흡연으로 인해 건강보험이 지출한 의료비는 약 41조 원에 육박하며, 이는 국민이 낸 소중한 보험료가 담배회사의 영리 활동으로 발생한 피해를 메우는 데 쓰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담배는 그 자체로 중독성이 강하며 폐암, 후두암 등 치명적인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수많은 과학적 연구와 통계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은 여전히 ‘개인의 선택’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수익은 독점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은 오롯이 국민과 공적 부조인 건강보험 재정에 전가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1심의 한계를 넘어, ‘과학적 진실’에 응답할 때

지난 1심 재판부는 흡연과 질병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과정에서 공단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과학적 의견서, 그리고, 국내 70여 개 전문 의학·보건학회의 지지 성명을 통해 더 정교하고 강력한 증거를 보강했다.
이제 사법부는 변화된 시대적 흐름과 과학적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담배회사의 제조물 책임과 기망행위를 인정하여 막대한 배상 책임을 물린 전례가 있다. 우리 사법부 또한 담배회사가 제품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않았는지, 설계상의 결함은 없었는지를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역사적 판결이 가져올 건강한 미래

이번 판결은 향후 우리 사회가 위해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에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담배회사의 책임이 인정된다면, 그 배상금은 다시 금연 지원 사업과 예방 교육에 투입되어 국민 건강 증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2026년 1월 15일,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통해 대한민국이 ‘기업의 책임’과 ‘국민의 건강권’ 사이에서 정의로운 결론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이번 판결이 흡연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는 위로를,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담배 연기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역사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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