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의 경우 인문학의 위기와 맞물려 문고판 시장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문고판 시리즈 ‘삼중당문고’나 ‘을유문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은 모두 사라졌으며, 지금도 간간이 문고본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할 만한 문고는 찾아보기 힘든 처지다. 이런 가운데 살림출판사에서 시작한 ‘살림 지식총서’는 문고본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인류의 방대한 지식을 우리의 언어로 다룬 최초의 기획이라는 출판사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리즈는 독자와 책의 새로운 소통 창구로서 역할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10권은 모두 미국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좌파와 우파’(001)와 ‘미국의 정체성’(002)에서부터 ‘미국의 문화지도’(009), ‘미국 메모랜덤’(010)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들이다. 출판사측은 여러가지 준비중인 분야에서 미국 파트를 먼저 선보이는 이유가 “미국에 대한 이해가 관심 차원이 아니라 그 근원부터 천착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라고 밝혔다. 앞으로 매달 2번씩 출간할 예정인 이 총서는 ‘지식의 백과사전’을 목표로 하지만 우리의 시각을 중시하는 게 특징이다. 국내 필자들의 쉬운 글쓰기로 지식과 교양의 대중화를 이루자는 것이 1차적 목표라는 것이다. 현재 200여명의 필진들을 통해 200개 이상의 주제에 대한 집필계약을 맺었으며, 올해에는 이중 70여권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동안 전성기를 누렸던 문고들이 소멸한 이유가 고전이나 명저에 치우쳐 독자들의 관심을 충족시키지 못한데다 독자들의 취향이 책의 외형적 조건들을 중시하는 단행본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가 쌓아 올린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부담없는 가격으로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문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김성곤 서울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시대의 새로운 지적 흐름들, 현재 논쟁과 담론이 되고 있는 사안들, 그리고 지식의 현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현안들을 심도있게 성찰한 소책자들을 내놓음으로써 신 문고판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서재환기자 seojh@yeongnam.com